2021년은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의 해
초록들도 땀을 뻘뻘 흘리는 팔월 초엿새였다.
첫사제의 손짓에 이끌려 당진으로 향할 때, 붉은 해오름이 신부님 열정처럼 떠올랐다.
성지에 이르자, 솔뫼에서 솔빛, 솔향을 맡고 자란 재복(아명)이가 눈에 들어왔다.
위인들 중에는 생가터 분위기를 닮은 분들이 많다고 하더니, 첫사제의 짧고 굵은 생애가 왜 그리도 푸르고 꼿꼿하셨는지, 그리스도향기가 왜그리 짙으셨는지,
조국교회 건설을 향한 열정이 그리도 강하셨는지, 탄생지에 와보니 알 것 같았다.
기념관을 둘러보다 신부님의 숭고한 유언을 만났다. 순교 직전에 쓰신 고별사인데
“ 잘있거라 교우들아 ” 말씀 행간마다 애절한 당부에 가슴이 미어졌다.
“ 아! 내 신앙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뜨거운 성찰이 치밀어 오르자, 코로나 박해로 움츠려진 내 믿음을 되찿고 싶었다.
순간 전국성지순례를 하라는 신부님의 통공이 들려 왔고, 순례를 향한 불이 세차게 당겨졌다. 주말마다 꿈만 같은 성지순례가 시작됐다.
한 해동안 만났던. 슬프고도 아름다운 순교사화는 미약했던 내 믿음에, 감동과 용기를 주었고, 회개의 은총은, 치유의 꽃으로 피어 났으며, 치명자들의 향기는, 순교영성의 삶으로 이끌어 주셨다.
오월의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축복장을 안고 솔뫼성지를 다시 찾았다.
김대건 신부님의 통공과 격려 덕에 순례의 시작과 마침이 이루어진 곳
알파와 오메가의 신비와 섭리가 살아 숨 쉬는 거룩한 땅! 솔뫼성지!
완주의 기쁨과 감사와 영광을 이곳에서 드려야, 지극히 마땅하지 않은가
감사예물을 바치고, 제대 앞에서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축복장을 보여드렸다.
천상의 향연과 가나의 혼인잔치 같은 감격스런 미사다.
성지후원까지 신청하고 나오니 맑게 개인 하늘에서
“엘리사벳 축하해” 하는 박수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 왔다.